이 책을 읽고 최종적으로 느낀 것은 “낚였다”였다. 이 책의 소개에서 “당신은 몇 년이 빌려 쓰고 있습니까?”, “‘과연 시간의 주인은 누구인가?”, “아, 스스로 내 시간의 주인이 될 수만 있다면!” 등 항상 시간에 대해 불안하고 불평인 사람에게 마치 시간관리의 자기계발 서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를 주었다. 더욱이 책을 사서 받아보니 사은품으로 시간관리 다이어리까지 주었다.
하지만 이 책은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매개체로 하여 자유시장 경제에 대해 설명하고, 그 모순과 시장 경제 체제에서 시간을 저당잡힌 사람들을 풍자한 판타지 소설이었다.
결혼해서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이며, 35만달러를 대출받어 18평 아파트를 소유한 평범한 주인공 TC는 아주 우연히 라디오에서 나오는 죽기 직전에 생을 결산해 본다는 말에 자신의 인생을 회계사다운 방식으로 대차대조표로 결산해보게 되었다.
거기에서 놀랍게도 아파트 대출금을 갚기 위한 금액이 앞으로 35년동안 지금과 마찬가지로 무의미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하고 싶었던 적두개미 연구는 꿈도 꿀 수 없이.
여기에서 재미있는 발상이 바로 자신이 저당잡힌 것을 금액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35년이란 시간으로 치환한 것이었다. 이것이 타당한 지 의문도 하지 않고 그것을 명제로 한 주인공은 자신의 시간을 찾고자 한다.
이 이후의 TC의 결단과 성공의 과정은 소설을 보는 듯 재미를 주지만, 여기까지는 마케팅의 가장 근본인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마케팅”이란 것을 설명하고 창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결단, 열정, 업무 추진은 “빨간 고무공의 법칙“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계속 되면서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책의 어디에도 체제에 시간이 저당잡힌 인간의 이야기는 있어도 그것을 자기 것으로 하기 위한 관리법은 없었다. 즉, 이 책에서 말하는 시간의 주인은 시간 관리를 통해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고, 경제 체제에서 자유로운 인간이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나는 낚인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위트있는 풍자들은 자유시장 경제 체제 및 현실을 재미있게 설명하면서 비틀어 주었다. 특히, 5분짜리 시간이 담긴 오줌통이 성공을 거두는 과정은 미디어에 의한 집단 소외주의를 풍자하는 재미를 주기도 했다. 풍자 소설로써는 재미를 주는 책이었다. 너무 자기계발서에 빠져 있던 나에게 색다른 시각으로 경제를 보는 재미를 준 책이기도 했다.